올댓스토리, 그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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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엿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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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네가 우리한테 지켜줄 수 있는 의리는 힘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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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5화 중, 조동민(성동일)의 대사다.

이 대사는 <괜찮아, 사랑이야>가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위로의 한 마디라고 생각한다.

이 때부터 <괜찮아, 사랑이야>가 갑자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정확히는 4화의 마지막,

한강우(도경수)가 장재열(조인성)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이 드러났을 때부터였다.

초반에는 너무 가벼운 드라마인 듯 보여 우려가 됐지만,

16화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곁에서 함께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야 말았다.

바로 내 이야기이고 너의 이야기였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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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해 보이기 위해 우리는


언제부터였을까, 소위 한 태도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모습들은 쿨하지 못한 태도로 비춰졌다.

쿨하지 못하다는 건 곧 찌질하다는 말과 이어졌고,

우린 찌질해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쿨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쿨해 보이기 위해 우린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추며 지내온 걸까.

 

무언가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모습은 쿨하지 못하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버릴 줄 아는 모습이 쿨하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관계를 즐기고 적당히 관계를 버릴 수 있을 때,

그래서 자유로운 라이프를 즐길 때, 우린 그 사람에게 쿨하다는 수식을 부여한다.

그리고 쿨한 사람은 트렌디한 사람, 멋진 사람으로 비춰진다.

쿨하다는 태도는 이 사회에서 호감가는 스타일, 동경하는 스타일로 인정 받는다.

때문에 우린 쿨한 태도를 지향한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우린 쿨해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추며 지내왔을까.

우린 쿨해보이기 위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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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장재열 VS 찌질한 장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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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조인성)은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속이며 살아왔다.

그래야 쿨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쿨한 장재열이 되기 위해 무의식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렸다.

가슴 아픈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욕실에서 자는 것으로 퉁치며 쿨할 수 있었다.

극중에서 쿨한 캐릭터 장재열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솔직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지해수(공효진)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할 때,

우린 그에게 so cool 하다는 감탄을 내뱉는다.

그러나 정말 아팠던 상처는 그게 곪아 터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내며 감추고 있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장재열의 상처는 곧 드러났고, 결국 장재열은 찌질하게 정신병원에 갇힌다.

이후 온갖 찌질한 모습은 다 보이면서 자신의 과거에 지독하게 매달린다.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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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고의 과정 끝에 마침내 장재열은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아픈 과거를 와락 껴안고, 떠나보낸다.

장재열이 자신의 환상인 한강우에게 신발을 신겨서 보내는 장면은

<괜찮아, 사랑이야>의 베스트 3 안에 들 명장면이다.

한강우는 장재열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분신이었다.

그 후, 장재열은 스스로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저 괜찮다고, 난 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쿨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너 정말 괜찮은 거냐' ,

'나는 괜찮지 않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한 사람'이라고 조금은 찌질하게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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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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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는 우리가 쿨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는 사랑할 때라고 말한다.

쿨하지 않다는 건 그저 모든 걸 괜찮다고 넘기지 않는 태도이자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내 과거에 조금 더 매달려보는 태도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찌질한 부분들을

모두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괜찮지 않은 건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태도.

 

그러니,

사랑한다는 건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면서

내 과거에, 내 찌질한 부분에 좀 더 집착해도 되는 시기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안에 괜찮지 않은 것들은 어떤 게 있는지,

내 안에 아물지 않은 과거와 상처가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나는 어떤 찌질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것들에 공식적으로 매달려도 되는 시기가 바로 사랑에 빠졌을 때다.

좀 찌질해 보이지만 어떤가. 이 모든 게 괜찮다.

사랑이니까.

 

때문에 사랑에 빠졌을 때는 아무리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그건 찌질한 게 아니다.

괜찮다. 그건 모두 다 사랑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사랑이잖아, 라고 한 마디 하면 된다.

 

그러니 마음껏 찌질해지시길.

찌질한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시길.

그래야 우린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사랑하련다.